한인은행도 대출 심사 깐깐해졌다
#. 자영업자 한인 이모씨는 인근에 소형 단독 건물이 매물로 나와서 대출을 알아보려 은행 문을 두드렸다. 일단 변동 이자율이 적용되는 SBA 융자의 경우, 이자율이 10%선이라 부담스러웠다. 그는 고정 이자인 커머셜론을 알아봤지만 크레딧점수와 담보 등 까다로운 요구 조건에 놀랐다. 그는 “작년만 해도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며 “아직 은행의 대출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 자영업자 한인 김모씨도 비즈니스론을 받으려 은행들에 문의했지만 선뜻 해주겠다는 은행이 나서질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예전보다 요청하는 서류도 많고 대출 심사도 더 깐깐해져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며 “비즈니스 확장 계획을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은행을 포함한 은행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한인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금융권 불안에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대출 문을 좁히고 있다. 한마디로 대출 포트폴리오의 부실을 우려해 대출 심사를 이전보다 더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출 문이 좁아진 것은 비한인은행도 마찬가지다. 2020년에 창업한 한 자영업자는 “은행들이 신생 업체 대출을 꺼리면서 신용한도 및 소득 부족 등을 이유로 3만∼6만 달러 비즈니스론의 승인도 거절했다”고 푸념했다. 그는 당장 급전이 필요해도 제도권 은행에서 대출 받기는 매우 어렵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출 기준이 엄격해지고 유동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용 경색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9일 신용 위축을 경고했다. 연준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급격한 신용 위축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잠재적으로 경제 활동의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극적으로 침체하면 연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연준은 “비금융 기업의 이익 감소로 일부 기업의 재무적 스트레스와 채무불이행이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회사들은 부채가 많기 때문에 사업이 잘 안되면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발간의 일환으로 연준이 시장 전문가와 학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은행권 불안이 금융 안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이와 관련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신용 경색, 적어도 신용 긴축(credit squeeze)은 시작됐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이 이미 지역 은행발 불안이 불거진 뒤 대출 기준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연준의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 결과도 나왔다. 대형은행 80곳과 국내 외국은행 24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46.1%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1.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줄어든 위험 수용 경향, 담보 가치 악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및 유동성 상태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 등이 대출 기준 강화의 이유로 꼽혔다. 대출 담당자들은 이와 더불어 고객들의 예금 인출도 거론하며, 올해 말까지 모든 분야에 대한 대출 기준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기업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직원을 더 고용하는 게 힘들어지고 개인 역시 대출을 받아 집이나 자동차를 사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훈식 기자한인은행 대출 대출 심사도 대출 기준 대출 승인